나는 여자치고 비교적 차에 관심이 많고 좋아하는 편이다. 그러면서도 차는 사치재라고 여겼고, 그 돈이면 다른 데이 투자해야 한다는 기회비용이 아른거려 계속 중고차만 타고 다녔다. 지금 타고 다니는 모닝이 내 두 번째 중고차다.
흔히 차는 감가가 심하다고 말한다. 즉, 감가상각률이 높다. 잔존가치가 금방 낮아진다. 쉽게 말해 사자마자 가격이 훅훅 떨어진다는 뜻이다. 감가율이 높은 자산을 사는 건 내 성격상 있을 수 없는 일이었기 때문에 그나마 감가가 덜한 중고 경차를 산 것도 있다.
그러다 차에 대한 생각이 바뀐 계기가 몇 가지 있었는데 그중 하나, 지금 타는 모닝을 처분하면 얼마에 팔 수 있는지 검색해 봤었다.
2018년 초에 장안동 중고차 시장에서 주행거리가 적은 걸로 업어왔는데, 지금이 2022년 초니까 1년에 약 100만원 가량 감가되었을 것으로 어림잡고 중고매매하면 2~300만원쯤 받을 수 있겠구나 싶었는데 전혀 아니었다. 못해도 4~5백만원? 아무튼 내 예상보다는 훨씬 높은 값에 팔 수 있겠더라.
그러면 이 값의 근거는 뭐지? 고민해 봤는데 그냥 물가가 오른 것이다. 그것도 차량의 감가상각율보다 높은 퍼센티지와 빠른 속도로.
올뉴모닝 새차 풀옵션 가격을 찾아봤다. 내가 마지막으로 본 모닝의 가격은 1300만원이었는데 지금 보니 1520만원이다. 매년 새차 가격이 오르니 중고차 시세도 따라 오른 것이다.
코로나가 장기화되고 반도체 쇼티지가 길어지면서 차량생산과 인도가 원활하지 않다고 한다. 새차 계약 후 차키를 건네받기까지, 인기 있는 국산 차를 예로 들면, 스포티지, 쏘렌토 등의 suv가 6개월 정도 걸린다고 작년 가을에 차 계약한 지인들에게 들었는데 지금 계약하면 1년 대기해야 한다고 한다.
그러면 외제차는 어떨까? 폭스바겐 티구안이 1년이 넘고 BMW 일부 모델은 2년도 걸린다고 한다. 어메이징. 그래서 일부 차량은 중고차 가격이 새차보다 높은 기현상이 생겼다. 특히 전기차 시장이 심하다고 한다. 1년 대기는 기본이니 일단 대기 걸어둔다고 한다. 수요는 넘치는데 공급량이 따라오질 못하니까 당연함.
하긴, 폭스바겐 딜러도 같은 이야기를 하더라. 짧게는 몇 개월, 길게는 1년 넘게 기다려야 하는 경우도 허다하니까 이 차 저 차 다 계약해놓고 먼저 출고되는 차로 결정한다고. 어차피 계약금은 소액이고 100% 환불해 주니까.

그간 차는 소모품이자 사치품으로만 여겼는데 이런 인플레이션 속에서는 자산이 되는 게 확실해 보인다. 원화만 들고 있으면 가랑비에 옷 젖듯 조금씩 벼락거지가 될 것이라는 두려움을 또 한 번 느끼고 과감하게 새차를 사도 되겠다는 결론이 났다.
결심하자마자 폭스바겐 가락동 전시장에서 상담을 받았는데, 할인율 높기로 유명한 폭스바겐조차도 올해부터는 프로모션이 전멸했다. 프로모션 없어도 잘 팔리는데 굳이 가격을 내릴 이유가 없는 것이다. 한달만 일찍 올걸 엄청 후회했다.
그나마 개별소비세 인하(원래 작년까지였지만 올해 6월까지 한시적으로 연장함)할 때 사자 싶어서 비교견적 내지도 않고 계약서 썼다. 인생에서 더 이상의 버스놓침과 후회는 이제 그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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