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살고 있는 집으로 이사 온 지 딱 1년이 되었다. 그래서인지 요즘 격하게 이사 가고 싶다. 매년 이사가 하고 싶은 걸로 보아 역마살이 있나? 진지하게 고민했는데 그런 것치고는 현재 회사에 정착해서 너무 오래 근무하고 있는 중이라 역마살까진 아닌 것 같다. 나만 이사하고 싶은 줄 알았는데, 오늘 남편도 같은 말을 하길래 한참 웃었다.
작년에 대공사 후 이사한 지금 우리가 사는 집은 참 예쁘다. 내가 쏟은 공과 인테리어 공사비가 얼만데 예쁠 수밖에. 방향이 서향이라 사계절 내내 오후 늦게 햇볕이 드는데 화이트 인테리어와 잘 어우러져 분위기가 따스하고 아늑하다. 남편의 워딩으로는 우리집 참 예쁜데, 이상하게 이사 가고 싶다고. 나 역시 200% 같은 마음이라 어떤 사고에서 나온 말인지 잘 알아서 웃겼다.
어차피 1세대 1주택 비과세 요건만 충족하면 이사할 계획이어서, 앞으로 1년만 더 채우면 이 집을 팔고 옮길 생각이다. 근래 사업자대출을 받아보려 대출상담사를 소개받아 문의했는데, KB시세가 없는 집이어서 당장 신청은 어렵고 다음 달에 다시 연락 주겠다는 답변을 받았다. 우리는 당장 돈이 필요한데. 여기서 마음의 상처를 한번 입고 이사하고 싶은 마음만 더 굴뚝같아졌다. 우리집은 세대 수가 50세대가 되지 않는 아파트라서, KB시세가 집계되지 않는다. 은행업무 처리할 때 이 부분이 가장 답답하다. 다음번에는 반드시 KB시세가 나오는 50세대 이상인 아파트로 가겠다고 다짐함.
객관적으로 본 우리집의 가치는 이렇다. 각 항목별로 상, 중, 하로 점수를 매겨본다면 이렇다.
- 상품성(수리 여부): 상
- 입지(위치, 역세권인지): 중
- 발전가능성(재건축, 교통): 하
용적률도 꽉 채워서 재건축하기도 힘들 것 같고, 세대 수도 적어서 가능성도 없다. 요즘 핫한 GTX가 들어올 지역도 아니고, 그나마 입지와 교통이 나쁘지 않다는 점, 이건 변하지 않는 조건이라 플러스도 마이너스도 아니다. 허접했던 구축 아파트를 내가 영혼을 갈아넣어 뜯어고쳐 그나마 최상급으로 만들어 두었다. 하여 상품가치가 떨어지기 전에, 인테리어가 구식이 되기 전에 잘 보전했다가 팔고 나가는 게 목표다.
내년 이후에 이사를 한다치면, 어디로 갈까. 아니, 어디로 갈 수 있을까. 이동을 거듭할수록 조금 더 업그레이드된 주변 환경을 누릴 수 있는 상급지로 이동을 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불가능해 보인다. 이사한다 쳐도 업그레이드가 아닌 옆그레이드가 될 것 같다. 그래서 함부로 청약신청이나 적극적으로 부동산 임장을 하러 다니지는 못하고 있다. 현실과 이상의 갭이 큰데, 그 갭을 메울 방법을 찾지 못해서 인지부조화만 오진다. 남편도 나와 같은 생각이더라. 이사를 해도 엄청나게 삶의 질이 올라갈 것 같지는 않다고. 전적으로 동감하는 바다. 요즘 나의 우울은 거의 이런 부분에서 온다. 상급지로의 이동이 쉽지 않을 것 같다는 것. 1주택자는 중립 포지션이라는 말, 절감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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