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중학교 3학년부터 대학 4학년까지 둔촌주공에서 살았다. 내가 둔촌주공 1단지로 들어간 중학생 시절, 친구들이 말했다. 거기 재건축한다던데. 나는 답했다. 에이, 10년은 멀었어.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같은 아파트에 살던 친구들이 타 지역으로 뿔뿔이 흩어지고, 가끔 동창모임에서 만나면 묻곤했다. 거기 재건축 언제 해? 나는 또 답했다. 에이, 10년은 멀었어.
내가 대학 졸업반 때 부모님은 천호동으로 이사를 결정했고, 그때에도 여전히 재건축은 화제거리였다. 그도 그럴 게 둔촌주공은 나보다 나이가 많은 아파트였기 때문에 당연했다. 1980년에 준공되어 입주를 했으니 2022년인 지금 사람으로 치면 불혹이 넘은 나이인 것이다.
둔촌주공의 이주 명령이 내려진 시기가 내가 한창 교정하러 치과를 다니던 2017년도 겨울이었다. 재건축은 불가능한 줄로만 알았는데 하긴 하는구나 싶어 놀랐다. 어릴 적 10년 동안 살았던 곳이라 그런지, 사는 내내 녹물에 샤워해도 그리 싫지 않았는데 특히 지금같은 봄이 오면 벚꽃나무가 흐드러진 게 참 예뻤다.
이런 이야기를 줄줄 늘어놓는 이유는 안타깝게도 우리 부모님은 조합원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왜 그때 둔촌주공을 사지 않았는지 통탄할 노릇이지만, 마지막에 이사나오던 때의 기억으로도 당시 시세가 10억원 정도 했었다. 지금도 10억원은 큰돈인 만큼, 그때는 더 큰돈이었겠지 싶다.
부모님이 신혼집을 구하던 시절, 아빠가 사회생활을 일찍 시작해서 모아둔 돈이 꽤 있었다고 했다. 당시 전세금이면 둔촌주공을 매수할 수 있었는데 우리 가족은 계속 전세를 살았다. 그 이후는 뻔한 스토리다. 집값은 지속적으로 우상향했고, 부모님의 사업은 우상향 하지 못했기에 우리는 꽤 오래 전세를 전전했다.
엄마 아빠가 만났을 때 집부터 샀다면 지금 삶이 많이 달랐을 텐데 싶지만, 그때 매수했어도 지금까지 유지했을지는 의문이다. 그때는 부동산에 투자하기보다 사업에 투자하는 게 옳은 선택이었을 것이다. 지금 부동산 투자가 옳다고 보듯이.
2022년 4월 15일부터 둔촌주공 재개발 공사가 중단된다고 한다. 오가며 보이는 건물은 15층가량 올라온 걸로 보임에도 아직도 일반분양은 하지 않았다. 조합과 건설사 사이의 마찰이 상당한 듯. 지금 조합원 매물이 25억원의 호가에 올라온 걸 보면 세월에 비해 덜 오른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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