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너무 잘 써서 follow 해놓고 보는 블로거가 하나 있다. 어느 회사에서 어떤 업무를 하는지 밝히지 않아 정확한 신상명세는 모르나 추측하건대 취학자녀를 둔 영어권 유학파 출신의 부유하게 자란 40대 여성이라는 것까지는 추측할 수 있었다. 자신에 대한 자랑 없이 감정을 드러내지 않고 무덤덤하지만 와닿는 글을 가끔 올려 감탄하며 읽은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새 글이 뜰 때마다 스크랩해놓고 몇 번이고 그 블로거의 글을 되읽곤 했을 정도다.
가장 최근 업데이트된 글의 내용은 결혼생활과 이혼 위기에 대한 내용이었는데, 지극히 내 기준에서 완벽에 가까워 보이던 그 블로거의 삶은 투자의 측면에서만 그랬고 개인사에서는 위기가 많았음을 알 수 있었다. 그걸 마치 타인의 이야기처럼 액자식 구성의 소설처럼 풀어내려가 읽으면서도 놀라웠다. 완벽에 가까운 타인의 일상도 실상은 그렇지 않을 수 있겠구나, 사회적 성공을 거둔 사람도 행복을 입에 올리기엔 어려울 수 있겠구나, 사람 사는 것 다 비슷비슷하구나 싶었다.
타인의 불행한 과거사를 보고 나의 행복도가 높아진다면 씁쓸한 일이겠지만, 그 글을 읽고 나는 소소하고 행복하게 옳은 방향으로 살고 있다고 자만했다. 그러나 일상의 행복이 어디에서 오는지 하나하나 짚어보면, 그 이면에는 누군가의 희생이 숨겨져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걸 알았다. 생각보다 한 사람이 일방적으로 희생하는 경우는 거의 없는 것 같다. 내가 희생했다고 생각한 만큼 남도 희생한 부분이 있는데 내색하지 않았거나 내가 눈치채지 못했을 수 있다는 뜻이다.
결혼 2년차, 나는 단 한 번도 부부싸움을 하지 않았다는 것에 어쩌면 자부심을 갖고 있었던 것 같다. 내가 참은 만큼 분명 상대방도 인내한 부분이 분명 있을 터인데 육성으로 접하게 되니 적잖이 당황스러웠다. 나에게 적용된 조언은 주어가 I가 아닌 you로 바꿀 것, 배우자에게 적용된 조언은 돌려 말하라는 것.
결혼할 준비라는 게, 경제적으로 자리 잡았느냐도 있겠지만 실은 정신적으로 준비되었는지가 더 중요하다. 이상하게 우리 사회는 경제적이고 사회적 안정을 중시하면서 실상 정서적인 부분은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다. 당사자조차도 모르고 넘어가는 듯하고 나 역시 그랬다. 어쩌면 내가 더 준비되지 않은 채 결혼을 강행한 것 같다는 생각이 이제야 든다.
유부들의 흔한 조언과 후회 중 하나가, 결혼 전 장점이라고 본 부분이 결혼하니 단점이 된다는 것이었는데, 2년차가 되니 무슨 의미인지 이제 잘 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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